조선업 이야기

조선업의 갑질 문화와 직장 내 괴롭힘, 실태와 대책

kunda79 2025. 7. 9. 21:02

조선업의 내부는 외부와 다른 현실이 존재한다

조선업은 한국이 세계 무대에서 기술력과 생산능력을 자랑하는 대표 산업중 하나이다. 하지만 그 화려한 성과 뒤에는 외부에 잘 드러나지 않는 문제들이 깊게 뿌리내리고 있다. 특히 조선소 내부에서 발생하는 직장 내 갑질 문화와 괴롭힘 문제는 산업의 근간을 흔드는 구조적인 문제 중 하나다.

조선업 내부 갑질문화의 실태와 대책

이 문제는 단순한 인간관계의 갈등을 넘어, 작업 현장의 생산성과 안전, 나아가 조선업 전체의 신뢰도에도 영향을 미치는 요소다. 조선업 특유의 위계적 조직문화, 폐쇄적인 작업 환경, 하청구조 속 책임 회피 문화는 직장 내 괴롭힘을 더욱 은밀하고 지속적으로 만들고 있다. 이 글에서는 조선업 내에서 갑질 문화와 직장 괴롭힘이 어떤 형태로 존재하고, 왜 고착되며, 이를 어떻게 해결해야 산업이 지속가능해질 수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다루고자 한다.

 

조선업 특유의 위계적 구조가 괴롭힘을 만든다

조선업은 대규모 인력을 기반으로 운영되는 산업이다. 현장에는 수십 개의 협력업체와 수천 명의 인력이 공정별로 배치되어 있으며, 상명하복 중심의 위계질서가 뚜렷하다. 특히 ‘선임 기술자 → 반장 → 팀장 → 관리자’로 이어지는 수직적 구조 안에서 의사소통은 상하 방향으로만 일방적으로 흐르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조직문화는 작업의 효율성과 명확한 책임을 분배하는 데 유리하지만, 반대로 권력의 남용과 갑질의 구조적 조건을 만들어내는 데도 기여한다.

문제는 갑질이 단순한 말폭력이나 무시 수준을 넘어서, 작업 지시의 왜곡, 인격 모독, 반복적인 무시, 사적 업무 강요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는 점이다. 현장에서는 관리자나 반장이 하청 소속 작업자에게 부적절한 언행을 일삼거나, 자신보다 경력이 짧은 직원을 공개적으로 비난하는 일이 일상처럼 벌어진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는 피해자가 문제를 제기하기조차 어렵고, 심지어는 “그 정도는 다 겪는 일”이라는 식의 정당화로 이어진다.

또한 조선업은 신입사원이거나 비정규직일 경우, 직장 내 괴롭힘에 취약한 위치에 놓인다. 특히 외국인 노동자나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는 말이 통하지 않거나, 고용 불안을 이유로 부당한 대우를 참는 경우가 많다. 이런 현실 속에서 괴롭힘은 단발적인 사건이 아니라, 일상화된 문화로 굳어지고 있는 것이 조선업 내부의 심각한 문제다.

 

조선업의 하청 구조가 갑질을 방치하는 구조가 된다

조선업의 다단계 하청 구조는 직장 내 괴롭힘을 더욱 은밀하게 만들고, 책임을 분산시켜 방치되는 환경을 조성한다. 대형 조선소는 실제 작업을 여러 협력업체에 나누어 맡기며, 그 협력업체는 다시 재하청을 주는 방식으로 인력을 운용한다. 이처럼 고용 구조가 다층적으로 분리되어 있기 때문에, 피해자가 갑질을 당해도 이를 신고하거나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루트 자체가 애매해지는 것이다. 누가 누구의 직속상사인지조차 명확하지 않은 구조 속에서 갑질은 빈틈을 파고들며 계속 반복된다.

특히 협력업체 소속 노동자는 조선소 정규직 관리자나 반장에게 실질적인 지시를 받으면서도, 그에 대한 부당 대우를 항의하기가 어렵다. ‘하청 직원이 원청 관리자에게 이의를 제기한다’는 것 자체가 암묵적인 금기처럼 여겨지고, 이런 문화는 갑질을 용인하고 은폐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더욱이 하청 근로자는 고용 자체가 불안정하기 때문에, 불이익이 두려워 묵묵히 참을 수밖에 없다.

이런 환경은 결국 ‘약자가 침묵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만든다. 공식적인 고충처리 절차가 존재하더라도, 실제로는 누구도 믿고 신고할 수 없다는 현실 인식이 문제 해결을 가로막는다. 조선업이 기술 중심 산업이라는 인식만큼, 인간 중심의 시스템 정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하청 구조에서 갑질이 방치되지 않기 위해서는 책임 주체를 명확히 하고, 하청 노동자의 인권 보호를 위한 실질적인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

 

조선업 조직문화가 침묵과 무관심을 부추긴다

조선업은 오랫동안 ‘거친 현장’이라는 인식 속에서 자라온 조직문화를 가지고 있다. 물리적으로 거친 환경뿐만 아니라, 심리적으로도 냉소적이고 위계 중심적인 분위기가 팽배하다. 이런 문화 속에서는 “욕 좀 먹고 견뎌야지”, “그 정도는 견뎌야 실력이 느는 거야” 같은 인식이 당연하게 여겨진다. 그러나 이러한 태도는 개인의 문제를 넘어 산업 전체의 생산성과 안전을 해치는 요소다.

직장 내 괴롭힘은 단순히 피해자의 정신적 고통에 그치지 않고, 집단의 사기 저하, 우수 인재의 이탈, 작업 효율 저하, 현장 사고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괴롭힘을 당하는 사람은 단기적으로는 침묵하더라도, 장기적으로는 조직에 대한 신뢰를 잃게 되며, 결국 이탈하거나 심리적 탈진 상태에 빠진다. 더 심각한 문제는 괴롭힘이 일상화된 분위기 속에서 정당화되고,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질 때 발생한다.

조선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단지 기술력만으로는 부족하다. 협업, 커뮤니케이션, 안전한 조직 문화도 경쟁력의 핵심 요소다. 그런데 현장에서는 여전히 감정노동을 요구하고, 사적인 감정이 작업 지시에 개입되는 경우도 많다. 기술이 뛰어난 사람이 반드시 좋은 관리자나 리더가 되는 것이 아님에도, ‘경력’과 ‘직급’만으로 권한이 주어지는 구조는 조직 내 감정적 폭력을 더욱 악화시킨다.

 

조선업이 건강해지려면 조직도 인간 중심으로 바뀌어야 한다

조선업의 갑질 문화와 직장 내 괴롭힘 문제는 개인의 성격이나 일시적 갈등으로 해결할 수는 없을것이다. 조선업이라는 산업 자체가 변화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구조, 시스템, 문화 전반에 걸친 개편이 필요하다. 우선, 조선소는 하청 구조 속에서도 인권 보호가 실질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 단순히 신고창구를 만드는 것을 넘어, 조직 외부 독립 기구가 개입할 수 있는 실질적 제도가 필요하다.

또한 관리자 교육의 내용도 바뀌어야 한다. 기술 중심의 관리자 교육에서 벗어나, 리더십, 갈등관리, 커뮤니케이션 역량을 키우는 방향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관리자나 반장이 된다는 것은 단순히 경력이 오래되었다는 것이 아니라, 타인을 존중하고 조직을 안전하게 이끌 책임을 진다는 의미여야 한다. 이를 위해 정기적인 심리·감정 노동 교육, 괴롭힘 예방 교육 등이 필수적으로 시행되어야 한다.

더불어 협력업체와 하청업체에도 동일한 인권 기준이 적용되도록, 원청이 책임지는 관리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원청이 스스로의 관리자뿐만 아니라 협력업체 관리자까지 교육하고, 인권 지침 준수 여부를 실질적으로 관리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그래야만 갑질이 ‘어디서든 용납되지 않는다’는 조직문화가 현장에서 뿌리내릴 수 있다.

조선업은 대한민국의 자부심이다. 그러나 기술력만으로는 진정한 선진 산업이 될 수 없다. 조직 내부가 건강하고, 서로 존중하며, 안전하게 일할 수 있어야 진짜 경쟁력을 갖춘 산업이다. 조선업이 세계 시장에서 계속 우위를 유지하려면, 이제 조직문화와 인권 수준도 그에 걸맞게 성장해야 한다. 갑질과 괴롭힘이 사라진 조선소야말로, 진정한 기술 강국의 상징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