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은 외국인 노동자 없이는 유지되지 않는 산업이 되었다
조선업은 최근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의존도가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국내 인력의 유입이 줄어드는 반면, 조선소는 여전히 대규모 인력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용접, 도장, 파이프, 의장, 전기 등 주요 현장 직무에는 외국인 근로자가 빠르게 늘고 있다.
과거에는 보조 업무에 머물렀던 외국인 인력이 이제는 핵심 공정에도 배치되고 있으며, 일부 조선소에서는 전체 생산직의 절반 이상을 외국인 노동자가 차지하고 있는 곳도 있다. 조선업이 세계적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안정적 인력 수급이 절실하지만, 그 대안을 외국인 노동자에 의존하는 방식으로만 해결하고 있는 것은 새로운 문제를 낳고 있다. 이 글에서는 외국인 노동자의 비중이 증가하고 있는 조선업 현장의 현실을 분석하고, 그로 인해 발생하는 구조적 문제와 개선 방향을 살펴본다.
조선업 인력난이 외국인 노동자 확대를 불러왔다
조선업은 단순 반복노동이 아닌 고도의 숙련이 요구되는 산업임에도, 장시간 근무, 고위험 작업, 낮은 사회적 평가 등으로 인해 국내 청년층에게 외면받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조선업이 다시 활기를 띠면서 선박 수주는 증가했지만, 생산직 인력은 되레 줄어들었다. 이에 따라 조선소들은 숙련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외국인 노동자를 적극적으로 채용하고 있으며, 베트남, 인도네시아, 필리핀, 우즈베키스탄, 방글라데시 등 다양한 국적의 근로자들이 조선소 현장에 투입되고 있다.
정부 또한 조선업 인력난 해소를 위해 외국인 고용쿼터를 확대하고 있으며, 고용허가제(E-9) 및 비전문취업제도를 통해 비자 발급을 용이하게 하고 있다. 최근에는 숙련 기능 외국인에게 F-2 비자 발급까지 허용하면서 장기 체류까지 허용하는 방향으로 정책이 변화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흐름은 일시적인 인력 공백을 메우는 데에는 효과적일 수 있으나, 중장기적으로는 조선업의 기술 전승 단절과 산업 안정성 약화를 유발할 수 있다. 외국인 인력에 대한 과도한 의존은 국내 기술 인재 육성 시스템이 붕괴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조선업 현장에서 외국인 노동자가 겪는 현실과 문제점
조선업에서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의 현실은 결코 단순하지 않다. 많은 이들이 고된 작업과 언어 장벽, 문화 차이, 제도 미비 속에서 취약한 조건에 놓여 있다. 조선소 내에서 외국인 노동자들은 주로 고위험 작업에 배치되며, 안전 교육이나 업무 지침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언어 장벽으로 인해 위험상황을 인지하거나, 긴급 대응이 어려운 환경은 실제 사고 발생률을 높이는 요인 중 하나로 작용한다. 조선업은 밀폐공간이나 고소작업이 많은 산업이기에, 의사소통의 부재는 곧 생명과 직결된다.
또한 외국인 노동자는 내국인과 동일한 일을 하더라도 임금, 숙소, 복지 등에서 차별을 경험하는 경우가 많다. 숙소 환경이 열악하거나, 식사 제공이 미흡한 사례는 여전히 존재한다. 근로계약서 작성조차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법적 권리가 침해되는 상황에서도 문제 제기를 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대부분의 외국인 노동자는 고용 유지와 비자 연장을 위해 불이익을 감수하면서 일할 수밖에 없는 구조에 있다.
이 외에도 작업 지도자 또는 반장의 일부가 외국인 노동자에게 모욕적 언행을 하거나, 사적인 업무를 지시하는 등의 갑질 사례도 보고되고 있다. 조선업 현장에서 외국인 노동자는 ‘필요하지만 교체 가능한 인력’으로 취급되는 경우가 많고, 이는 산업 내 인권 감수성이 여전히 부족하다는 현실을 보여준다. 외국인 인력에 의존하는 구조 자체를 문제 삼기보다는, 그 인력이 사람으로서 존중받을 수 있는 산업 환경을 마련하는 것이 더 본질적인 접근이 될 것이다.
조선업의 외국인 의존도가 산업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
조선업이 기술력 중심 산업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외국인 노동자의 지속적인 확대는 산업의 근본 경쟁력을 흔드는 요소가 될 수 있다. 대부분의 외국인 노동자는 한시적 근무를 목적으로 입국하며, 장기 근속이나 경력 축적이 어려운 구조 속에 있다. 이로 인해 축적된 기술이 다음 세대로 전달되기 어렵고, 생산 공정의 숙련도 유지 또한 쉽지 않다. 또한 조선업은 작업자의 손기술과 경험이 품질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산업이기 때문에, 경험 부족이나 현장 이해도가 낮은 인력이 핵심 공정에 투입될 경우, 결과물의 품질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더욱이 인력 의존 산업은 급격한 정책 변화에 취약하다. 외국인 노동자의 송출국이 자국 인력 유출을 제한하거나, 한국 내 고용 정책이 바뀌면 갑작스러운 인력 공백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 실제로 2020년대 초 코로나19로 인해 출입국이 막히면서 다수의 조선소가 인력난에 시달렸고, 이는 납기 지연과 생산 차질로 이어졌다. 한 산업이 외부 인력에 지나치게 의존하게 되면, 예측 불가능한 외부 변수에 취약해질 수밖에 없다.
조선업은 단지 배를 만드는 기술을 가진 것만으로는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할 수 없다. 고부가가치 선박을 만들기 위해서는 정밀성과 신뢰성이 확보된 숙련된 인력이 필요하며, 이 인력이 장기적으로 산업에 머무를 수 있는 환경이 반드시 필요하다. 외국인 인력은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내국인과 외국인이 공존하며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기술 생태계가 마련되어야 한다. 단순히 인력 숫자를 채우는 것이 아니라, 인재를 양성하고 유지하는 구조가 마련될 때 조선업의 지속가능성이 확보될 수 있다.
조선업이 외국인 인력과 상생하기 위해 바꿔야 할 방향
조선업은 이제 외국인 노동자가 꼭 필요한 상황에 처해있다. 이 현실을 부정할 수 없다면, 산업은 외국인 노동자를 일회용 인력이 아닌 함께 일하는 동료로 인식하는 방향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첫 번째로 바뀌어야 할 것은 교육 시스템이다. 단순한 안전 교육을 넘어, 현장 언어 통합 교육, 기술 습득 지원, 작업 지시서 다국어화 등 실질적인 소통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특히 위험 공정에 참여하는 외국인 인력에게는 별도 전문 교육을 통해 생명과 직결되는 지식을 전달하는 구조가 필요하다.
두 번째는 처우 개선이다. 임금, 숙소, 식사, 건강관리 등 기본적인 근로조건을 내국인과 형평성 있게 유지하려는 노력이 중요하다. 단순히 법적 기준만을 따르기보다, 현실적으로 외국인 노동자도 산업 성장의 동력으로 바라보는 시선 전환이 필요하다. 일정 기간 이상 근무한 외국인 인력에게는 직무별 경력인정, 근속 보상, 기술 인증 등의 인센티브를 제공함으로써, 숙련 인력이 산업 안에 정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산업 전체의 인재 전략이 재설계되어야 한다. 청년층의 유입을 다시 늘리기 위해서는 단순히 외국인 인력으로 현장을 채우는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한국인 기술자와 외국인 기능인력이 함께 훈련받고 협력하는 모델, 기술을 기반으로 한 다국적 협업 체계 등 장기적 인재 육성 구조가 병행되어야 한다. 조선업은 전 세계를 상대로 경쟁하는 산업이다. 진정한 경쟁력은 외국인 노동자를 단지 ‘대체 인력’이 아닌, 산업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존중할 때 비로소 확보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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