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 이야기

조선업에서 AI는 어떻게 안전사고를 줄일 수 있을까

kunda79 2025. 7. 16. 08:05

조선업은 언제나 ‘고위험 산업’이었다

조선업은 그 구조 자체가 위험성이 높은 산업이다. 높은 곳에서 무거운 자재를 다루고, 밀폐된 공간에서 유독 가스를 상대하며, 불꽃과 전기, 중장비가 뒤섞여 움직이는 곳이 바로 조선소다.

여기에 더해, 여러 공정이 동시에 이뤄지고 다양한 협력업체 인력이 함께 작업하는 복잡한 시스템은 단 한 번의 실수로 대형 인명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을 높인다.

 

조선업의 안전사고는 줄어들수 있을까

 

실제로 조선업은 산업안전보건법과 중대재해처벌법에서 가장 강도 높은 규제를 받는 산업군 중 하나다. 그만큼 사고 빈도와 치명도가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간의 육안과 감각에만 의존한 기존 안전관리 체계는 한계가 명확했다. CCTV가 설치되어 있어도 관리자 한 명이 수십 개의 화면을 동시에 감시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고, 작업자의 무의식적인 실수는 사전 예방보다 사후 조치로 대응되는 경우가 많았다. 이러한 한계를 근본적으로 극복하기 위한 기술적 대안이 바로 AI(인공지능) 기반의 스마트 안전 시스템이다. 조선업이 AI를 안전 분야에 도입하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 전략에 가깝다.

 

조선업 현장에서 AI는 이렇게 안전을 감시한다

AI 기술은 조선소의 위험 요소를 ‘예측 가능한 데이터’로 전환해낸다. 

대표적인 기술이 AI 영상 인식 기반의 실시간 위험 탐지 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은 수십 대의 CCTV 화면을 AI가 동시에 분석하여, 사람이 놓칠 수 있는 미세한 행동을 자동 감지한다.

예를 들어, AI는 안전모 미착용, 고소작업 시 안전벨트 미착용, 무단 진입, 인화물질 근처에서의 화기 사용 등을 스스로 식별해 즉시 관리자에게 경고 알림을 전송한다. 이러한 기능은 단순한 기록을 넘어서, 실시간으로 개입할 수 있게 만든다는 점에서 안전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꿔놓는다.

 

또한 AI는 작업자 위치 추적 기술과도 결합되어 활용된다.

BLE(Bluetooth Low Energy), RFID, GPS 기반의 태그를 통해, 작업자의 동선을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위험 구역 접근이나 밀폐 공간 장시간 체류 등을 감지해 자동 경보를 울린다. 조선소 특성상 넓은 공간에 다양한 구조물이 얽혀 있는 환경에서는, 누가 어디서 무슨 작업을 하는지 파악하기조차 어렵지만, AI는 이를 실시간으로 ‘작업 지도화’해 사고를 미연에 방지한다.

 

추가적으로, AI는 열화상 카메라, 가스 농도 센서, 진동 센서 등 다양한 센서 데이터를 통합 분석함으로써, 화재 전조, 기계 이상 진동, 유독가스 누출과 같은 ‘비가시적 위험’까지도 감지할 수 있다. 이는 기존 CCTV 중심의 감시 체계를 넘어선 다층적 위험 예측 체계로, 사고 예방 가능성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기술이다.

 

AI는 조선업의 조직과 문화를 어떻게 변화 시킬수 있을까.

AI가 조선소에 들어오면서 바뀌는 것은 단지 기술 수준만이 아니다. 작업자의 행동, 관리자들의 사고방식, 전체 조직의 운영 원칙까지 함께 변하고 있다. 우선 AI는 반복적으로 수집되는 데이터를 학습하여, 특정 시간대·기상·작업 유형에서 어떤 위험이 자주 발생하는지를 스스로 분석한다. 이를 기반으로, 예측 리포트를 제공하거나 특정 공정을 자동 연기 또는 위험 등급 조정하도록 권고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오전 9시부터 10시 사이, 고소작업 중 추락사고가 반복됐다는 데이터가 축적되면, AI는 그 시간대에 작업 속도 제한, 감시자 집중 배치, 크레인 작업 간격 조정 등을 제안하게 된다. 이는 기존의 감에 의존하던 관리자 판단에서 벗어나, 데이터 기반의 의사결정 구조로 조직을 변화시킨다.

 

또한 AI 시스템은 위험 행동을 개인별로 기록하고 통계를 남긴다. 이를 통해 작업자 개개인의 안전 습관, 반복 위반 항목 등을 분석하여 맞춤형 교육 자료로 활용할 수 있다. 한 걸음 더 나아가면, AI가 작업자의 건강 상태나 피로도까지 분석해, 사고 확률이 높아질 시 작업 전환 또는 휴식을 제안하는 시스템으로도 진화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AI의 존재는 작업자들에게 지속적인 긴장감과 경각심을 부여한다. 누군가 항상 감시하고 있다는 공포가 아닌, 기계가 나의 실수를 자동으로 알려준다는 신뢰 속에서 일하는 문화는 사고를 줄이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한 심리적 장치가 된다.

 

조선업이 AI 안전 시스템을 제대로 활용하기 위한 조건

AI가 조선소 안전을 감시하고 예측하는 수준에 이르렀다면, 다음 단계는 이 시스템을 어떻게 현장에 효과적으로 정착시키느냐에 달려 있다. AI는 단지 설치한다고 끝나는 기술이 아니다.

사람이 이해하고, 존중하며, 일상 속에서 함께 사용하는 기술로 발전해야만 한다.

그렇기 때문에 조선소는 AI 기술을 도입하는 동시에, 현장 작업자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과정, 관리자 대상 데이터 해석 역량 강화, 협력업체 전용 연수 프로그램 등을 함께 운영해야 한다.

 

또한 조선업은 다국적 노동자가 많은 산업이므로, AI 시스템 경고음이나 경고 메시지의 다국어 지원, 문화적 차이를 고려한 UI 설계도 중요한 요소가 된다. 예를 들어, 베트남이나 인도네시아 노동자가 시스템 메시지를 이해하지 못하면, 경고가 무의미해질 수 있다. 따라서 다국어로 된 시각 경고, 간단한 아이콘 기반 피드백, 작업 전 브리핑에서 AI 시스템 알림 시나리오 안내 등 ‘사람을 고려한 기술 설계’가 반드시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조선소는 AI가 제공한 데이터를 어떻게 판단하고 활용할지에 대한 내부 원칙을 명확히 세워야 한다. 사고를 줄이기 위해선 AI의 판단을 단순 참고가 아닌, 실제 의사결정에 반영하는 체계가 필요하며, 그 과정에서 책임의 분산이 아니라 역할의 명확화가 이뤄져야 한다.

조선업은 더 이상 경험에만 의존해서는 경쟁력을 유지할 수 없다. 안전 역시 마찬가지다. 이제는 AI가 지켜보고, AI가 기록하며, AI가 예측하는 시대다. 이 기술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조선소의 미래는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기술과 사람이 함께 사고 없는 작업장을 만들어갈 때, 조선업은 진정한 의미의 ‘스마트 산업’으로 진입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