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 이야기

조선업과 AI: 스마트야드의 미래

kunda79 2025. 7. 8. 06:00

조선업의 진화, 스마트야드란 무엇인가

조선업은 오랜 세월 동안 사람 중심의 수작업 생산방식에 의존하며 살아왔다. 그러나 디지털 전환 시대가 도래하면서 ‘스마트야드(Smart Yard)’라는 개념이 빠르게 나타나고 있다.

조선업에서 스마트 야드란 무엇인가.

스마트야드는 전통적인 조선소에 인공지능(AI), IoT(사물인터넷), 빅데이터, 로봇 기술, 디지털 트윈 등을 접목해 설계부터 생산, 품질 관리, 납품까지 전 공정을 디지털화하는 시스템이다. 단순한 자동화를 넘어, 전체 작업 흐름을 데이터 기반으로 통제하고 최적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예를 들어, 기존에는 용접이나 도장, 블록 조립 공정 등에서 사람의 숙련도에 따라 품질이 달라졌다면, 스마트야드에서는 센서 기반 모니터링과 로봇 제어를 통해 일정한 품질과 높은 생산성을 유지할 수 있다. AI가 설계 데이터를 분석해 자재의 최적 배치와 가공 순서를 자동으로 도출하며, 작업자는 데이터를 해석하고 의사결정을 내리는 역할로 전환된다. 조선업이 고질적으로 안고 있던 노동집약적 구조와 인력 의존도를 AI 기술이 해소해 나가는 셈이다.

스마트야드는 특히 고부가가치 선박을 전문으로 하는 한국 조선소들에 필수적인 전략이다. 수많은 부품과 정밀한 기술이 필요한 선박 건조 현장에서 AI 기반 공정 시뮬레이션과 실시간 모니터링은 효율성과 안전성을 획기적으로 높여준다. 이는 단순히 생산성을 높이는 수준을 넘어, 글로벌 조선 시장에서 지속적인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는 ‘게임체인저’ 역할을 하고 있다. 향후에는 AI가 공정별 에너지 소비량과 탄소 배출량을 예측하고 제어하는 ‘그린 스마트야드’로 진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조선업과 AI 기술의 실제 적용 사례들

현재 한국의 주요 조선소들은 이미 스마트야드 구축을 위한 다양한 AI 기술을 현장에 적용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디지털 트윈 기반의 생산 공정 시뮬레이션 시스템을 구축하여, 실제 건조 이전에 가상의 공간에서 모든 공정을 테스트하고, 문제점을 사전에 개선한다. 또한 AI 용접 로봇, 스마트 도장 로봇, 무인 운반 차량(AGV) 등을 도입해 반복 작업의 자동화와 품질 균일화를 실현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스마트십 통합 플랫폼 ‘에스베슬(SVESSEL)’을 통해 선박의 운항 중 데이터를 수집·분석하고, AI를 기반으로 에너지 효율, 안전성, 유지보수 주기 등을 최적화하는 시스템을 운영 중이다. 뿐만 아니라, 선박 건조 과정에서도 AI 기반 배관 설계 자동화, 3D 스캐닝을 통한 품질 검사, VR/AR 훈련 시스템 등을 통해 디지털 혁신을 가속화하고 있다.

한화오션(구 대우조선해양)도 AI 기반 품질 분석 시스템과 자재 물류 자동화, 스마트 안전관리 플랫폼 등을 도입해 작업자의 안전과 작업 정확성을 향상시키고 있다. 특히 방산 선박처럼 높은 보안과 정밀도를 요구하는 분야에서도 AI를 통해 설계 시뮬레이션 최적화, 정비 예측 시스템 등을 적용하며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나아가 AI로 분석된 실시간 기상정보와 해양 환경 데이터를 통해 해상 작업 시나리오도 자동 조정하는 기술까지 연구 중이다.

이러한 AI 기술은 단순한 장비 도입을 넘어서, 조선업 전체의 생산방식과 조직 구조를 변화시키고 있다. 특히 고령화와 숙련 인력 부족 문제가 심화되는 가운데, AI는 인적 자원의 한계를 보완하는 대안이자, 지속 가능한 생산체계 전환의 핵심으로 평가된다.

 

조선업의 AI 전환이 가져올 변화와 효과

AI 기술이 조선업에 본격적으로 도입되면, 산업 전반에 걸쳐 여러 긍정적인 변화가 기대된다. 가장 큰 변화는 생산성 향상과 납기 단축이다. 기존에는 대형 선박 한 척을 건조하는 데 수 개월이 소요됐지만, AI 기반 공정 통합 시스템이 도입되면 공정 간 충돌 최소화, 자재 낭비 절감, 리워크(재작업) 감소로 전체 공정 속도가 빨라진다.

두 번째로는 품질의 표준화다. 숙련공의 기술 차이에 따라 품질이 들쭉날쭉하던 구조에서 벗어나, 데이터 기반의 정밀 제어로 일관된 품질을 확보할 수 있다. 이는 해양 플랜트나 LNG선과 같은 고난도 선박에서 특히 중요한 경쟁 요소로 작용하며, 고객사의 신뢰도를 높이는 데도 큰 역할을 한다.

세 번째는 안전성 향상이다. 조선업은 높은 고소작업과 무거운 장비를 다루는 고위험 산업으로, 해마다 산업재해가 반복되고 있다. AI 기반 센서와 예측 시스템, 위험 지역 자동 감지 시스템 등이 조기에 위험을 인지해 작업자의 사고를 예방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또한, AI는 경영 효율성에도 큰 기여를 한다. 예측 정비 시스템을 통해 유지보수 비용을 절감할 수 있고, 수주·설계·생산·검사 데이터를 통합 관리해 전사적 자원 관리를 최적화한다. 장기적으로는 AI가 제안한 설계 변경이나 자재 배분 방식이 조선소 전체의 전략적 의사결정에 활용되며, 새로운 조선업 패러다임을 이끌 수 있다. 여기에 AI 기반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고객 요구를 사전에 예측하고, 맞춤형 선박 사양 제안까지 가능해지는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조선업과 AI 융합의 미래 전망과 과제

AI와 조선업의 융합은 단순히 기술 혁신을 넘어 미래 조선업의 생존 전략이라 할 수 있다. 특히 글로벌 조선시장은 탄소중립, 친환경 규제 강화, 인건비 상승, 고객 맞춤형 선박 요구 등 다양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단순 제조업에서 탈피하여, 고부가가치 스마트 제조업으로의 전환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과제도 존재가능성이 있다. 첫 번째는 AI 인프라 구축에 대한 초기 비용이 많이 들것이다. 대규모 설비 교체와 소프트웨어 도입, 인력 교육에 막대한 자본이 들어간다. 두 번째는 기존 인력의 전환 문제다. AI 기술 도입으로 단순 기능직은 줄어드는 반면, 데이터 분석, AI 운영, 유지보수 등 새로운 직무가 필요해진다. 이에 따른 교육 시스템과 직무 재편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오히려 조직 저항과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

세 번째는 안정성과 보안성이다. 스마트야드가 외부 네트워크 기반으로 운영되는 만큼, 사이버 공격에 대한 대응 체계도 병행돼야 한다. 선박 설계와 건조 데이터는 국가 산업 안보와도 직결되기 때문에 AI 시스템의 보안성 확보는 필수다.

결론적으로 조선업과 AI의 결합은 선택이 아닌 필수적인 진화의 방향이다. 기술력과 경험을 동시에 보유한 한국 조선업이 이 흐름을 선도한다면, 단순히 조선 수주 실적 1위를 넘어 미래형 조선업의 기준을 제시하는 글로벌 리더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 이러한 디지털 전환은 청년층에게 새로운 고급 일자리를 제공하고, 지역 경제 활성화와 국가 전략산업의 경쟁력 강화에도 직결되는 중요한 동력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