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이 AI를 활용하는 방법
조선업이 인공지능을 받아들이게 된 산업 구조의 변화
조선업이 본격적으로 인공지능 기술을 받아들이게 된 배경에는 산업의 구조적 변화가 있다. 과거 조선업은 노동집약적 산업의 대표 사례로 꼽히며 인력의 경험과 기술력에 크게 의존해 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 글로벌 수주 경쟁이 심화되고, 인력난과 고령화가 가속화되면서 더 이상 기존의 방식으로는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에 이르렀다.
조선업은 생산성과 품질을 동시에 확보하면서도 비용을 절감해야 하는 압박을 받고 있으며, 이러한 현실은 자연스럽게 자동화 기술과 인공지능 도입으로 이어지고 있다. 조선업은 이제 단순히 선박을 만드는 기술 산업이 아니라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과 예측 시스템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하이테크 산업으로 전환되고 있다.
조선업은 특히 공정 간의 연계성과 복잡성이 크기 때문에 하나의 결정이 전체 생산 흐름에 영향을 준다. 이때 인공지능은 수많은 변수 중에서 최적의 조합을 찾아주는 기능을 할 수 있으며, 이는 기존의 인간 중심 설계나 경험 기반 생산 방식이 갖는 한계를 보완하는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선박 설계 과정에서 발생하는 수많은 시뮬레이션 데이터를 분석해 최적의 배치나 부품 조합을 찾아주는 시스템은 이미 조선업 일부 기업에서 활용되고 있다. 조선업이 인공지능을 받아들이는 것은 선택이 아닌 생존 전략이며, 이는 앞으로도 계속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조선업이 AI를 활용하는 대표적 분야
조선업이 인공지능을 실제로 활용하고 있는 분야는 매우 다양하다. 가장 먼저 주목할 수 있는 영역은 설계 자동화다.
선박의 구조는 복잡하고 부품 간 연결이 정교하게 맞물려 있어 수많은 경우의 수를 고려해야 한다. 조선업은 이러한 과정을 인공지능으로 처리함으로써 설계 속도와 정밀도를 동시에 향상시키고 있다.
예를 들어 배관 배치나 중량 중심 분석처럼 반복적이고 계산이 많은 작업은 AI가 빠르게 대안을 제시할 수 있으며, 설계 변경이 생겼을 때도 전체 도면을 자동으로 업데이트해주는 기능이 활용되고 있다. 조선업이 설계 분야에서 AI를 적극적으로 도입하는 이유는 한정된 인력으로 더 많은 프로젝트를 소화해야 하기 때문이다.
생산 현장에서도 AI의 활용은 확대되고 있다. 품질 검사 자동화는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기존에는 사람이 직접 육안으로 용접 상태를 확인하거나 결함을 찾아냈지만, 지금은 AI 기반 비전 시스템이 자동으로 사진을 분석해 이상 여부를 판별할 수 있다. 이는 생산 효율을 높이는 동시에 불량률을 낮추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조선업은 또한 물류 동선 분석에도 인공지능을 도입하고 있다.
부품이 조선소 내에서 이동하는 경로나 크레인의 운행 방식 등은 최적화가 어려운 영역이지만 AI가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분석하면 비효율적인 흐름을 자동으로 개선할 수 있다. 조선업이 이런 방식으로 AI를 도입하는 것은 단순한 자동화가 아니라 작업자의 의사결정을 보조하는 도구로서 AI를 활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조선업이 AI를 통해 해결하려는 문제들
조선업이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하면서 해결하고자 하는 핵심 과제는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는 생산성 문제다. 조선업은 프로젝트마다 사양이 다르고 현장에서 수시로 설계 변경이나 공정 조정이 일어난다. 이로 인해 예정보다 공기가 지연되거나 인력 재배치가 반복되는 일이 흔하다. AI는 이런 비정형 데이터를 기반으로 공정 시뮬레이션을 수행하고 최적의 작업 순서를 제안할 수 있어 일정 관리에 큰 도움이 된다.
둘째는 안전 문제다. 조선업은 고온 고압 작업과 고소 작업이 많은 산업으로 작은 실수가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AI는 센서 데이터를 분석해 위험 요소를 사전에 감지하거나 작업자의 행동 패턴을 모니터링해 이상 상황을 알려주는 데 활용되고 있다.
셋째는 인력 문제다. 조선업은 숙련공 중심 산업이지만 젊은 인력의 유입이 줄고 있어 노하우 단절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AI는 반복 학습을 통해 노하우를 전산화하고 이를 표준화된 형태로 신입 교육에 활용할 수 있다.
조선업은 이 세 가지 과제를 동시에 해결하기 위해 AI를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산업 전반의 구조를 재편하는 수단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일부 대형 조선소에서는 AI가 수집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작업 순서를 실시간으로 조정하거나 부품 입고 지연을 사전에 예측해 대체 자재를 미리 준비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조선업은 공정이 복잡한 만큼 예측과 대응이 중요하며, AI는 이를 가능하게 하는 유일한 기술 중 하나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조선업이 AI 활용을 통해 미래 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조건
조선업이 AI를 통해 단순한 제조 산업을 넘어서려면 기술 도입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AI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작동하는 만큼, 조선업 내부의 데이터 수집과 관리 체계가 먼저 정비되어야 한다. 현재 많은 조선소는 설계 도면이나 작업 기록이 디지털화되어 있지 않거나 부서별로 분산되어 있어 AI 시스템이 전체를 학습하기 어렵다. 조선업이 AI를 산업의 중심에 놓으려면 데이터 통합이 필수적이며, 이를 위해 각 부서의 업무 방식을 표준화하고 실시간 데이터를 확보하는 기반을 먼저 구축해야 한다. 이와 동시에 AI 시스템이 제안하는 판단을 신뢰하고 반영할 수 있는 조직 문화도 중요하다. AI가 제시한 판단을 무조건 수용하는 것이 아니라 전문가와 협업해 최종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구조가 되어야 한다.
조선업은 또한 중소 조선소와 협력업체에도 AI 기술이 확산되어야 진정한 디지털 전환이 이루어진다.
일부 대형 조선소만이 AI를 활용한다면 산업 전체의 경쟁력은 일정 수준 이상으로 오르기 어렵다. 따라서 조선업 전반에 걸쳐 인공지능 관련 기술 교육과 인프라 지원이 함께 이루어져야 하며,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해 사용자 친화적인 시스템이 개발되어야 한다. AI는 인간을 대체하는 도구가 아니라, 인간의 판단과 직관을 보완하는 도구로서 사용될 때 가장 효과적이다. 조선업이 AI를 통해 새로운 산업의 표준을 만들어가려면 기술과 사람, 조직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야 한다.
조선업은 그 특성상 변화에 시간이 걸릴 수 있지만, AI 도입을 통해 지속 가능한 산업으로의 전환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지금 이 시점이 매우 중요한 전환점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