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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업에서 AI는 ESG 경영에도 기여할 수 있을까.

kunda79 2025. 7. 18. 02:44

조선업과 ESG는 무관한 이야기일까

조선업은 과거 산업화 시대의 중요한 제조업 중 하나였다. 강철을 절단하고, 불꽃을 튀기며, 무거운 블록을 크레인으로 쌓아가며 완성해 가는 선박은 그 자체로 전통적인 중공업의 표본이였다. 그러나 시대가 바뀌면서 조선업도 더 이상 단순한 중공업의 틀에 머무를 수 없는 환경에 놓였다. 이제는 수익성과 품질만이 아닌, 지속 가능성sustainability이 산업의 기준이 되었다. 바로 ESG 경영이 그것이다.

조선업에서 ESG의 의미는 무엇일까.

 

 

ESG란 환경 Environment 사회 Social 기준으로 기업의 지속 가능성과 윤리적 책임을 평가하는 경영 프레임이다. 특히 글로벌 선주, 선급 기관, 투자기관은 이제 조선소에 대해 단지 납기와 품질만이 아니라 온실가스 배출량, 산업안전 수준, 윤리적 경영 체계 등도 주요 판단 기준으로 삼고 있다. 실제로 유럽 선사들은 ESG 기준이 미달된 조선소와의 거래를 거부하기도 하며, 투자은행들도 ESG 리스크가 높은 산업군에는 금융 지원을 꺼리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조선업은 어떻게 ESG 경영을 구현할 것인가라는 난제를 안고 있다. 문제는 조선업 특성상 환경 영향을 많이 주는 산업이며, 하청 중심의 노동 구조, 보수적인 지배구조가 혼재되어 있어 ESG 지표에서 불리한 요소가 많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조선업계는 AI 인공지능을 ESG 전략 실현의 핵심 도구로 활용하려는 시도를 빠르게 전개하고 있다. AI는 단순한 기술을 넘어, ESG 경영의 실행력과 투명성을 높이는 역할을 할 수 있다. 그렇다면 AI는 조선업의 어떤 ESG 영역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을까

 

AI는 조선업의 환경 E 경영에 어떻게 기여하는가

조선업의 환경 측면 ESG 도전과제는 명확하다.

첫째, 선박 건조 과정에서의 에너지 사용량과 이산화탄소 배출이 많고, 둘째, 도장, 절단, 용접 등에서 각종 유해물질과 분진, 휘발성 유기화합물(VOCs)이 다량 배출된다는 점이다.

셋째, 폐기물과 폐수가 상당량 발생하며, 작업 공정상 자원 순환율이 낮은 편이다. 이처럼 조선업은 환경오염 가능성이 높은 산업이기 때문에, 정량적이고 객관적인 환경 데이터의 수집과 분석, 그리고 저감 대책 실행이 핵심 과제가 된다.

 

AI는 이 문제에서 핵심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우선, 조선소 전역에 설치된 IoT 센서와 연동한 AI 에너지 모니터링 시스템을 통해 전력 소비, 기계 작동 시간, 온도, 배출량 등을 실시간으로 수집하고, 이를 기반으로 공정별 에너지 효율을 평가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블록 조립 단계에서 에너지 소비가 지나치게 많은 설비가 있다면 AI는 해당 설비의 작동 패턴을 분석하여, 최적의 작동 시간대, 작동 순서, 대체 가능 장비 등을 제안한다. 이를 통해 전력 소모를 10~20% 절감하는 사례도 실제 발생하고 있다.

 

또한 AI는 도장 공정에서 VOC 배출량을 실시간 분석하고, 도장 로봇의 패턴을 조정해 도장 손실률과 휘발 물질 증발을 줄이는 방식으로 작동할 수 있다. 폐기물 처리에서도 AI는 자재 사용량 분석과 폐기물 발생 경로를 추적해 재활용 가능 여부를 분류하고, 재사용 가능 자재 비율을 높이는 전략 수립에 도움을 준다. 한 대형 조선소는 AI 기반 재고관리 시스템을 통해 강재의 절단 잔여분을 실시간 추적하며, 그 결과 폐기율을 12% 낮추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이러한 환경 데이터를 단순히 수집하고 분석하는 데서 끝나지 않고, ESG 경영 보고서 작성, 선급 기관 제출용 환경지표 구성, 환경 인증 심사 등에도 객관적 근거로 활용할 수 있게 만든다는 점이다. 즉, AI는 조선업의 환경경영을 직관과 감각에서 데이터 기반 과학적 관리 방식으로 전환시키는 핵심 수단이 된다.

 

AI는 조선소의 사회적 책임 S을 어떻게 끌어올리는가

ESG의 사회(Social) 항목은 조선업에 있어 가장 민감하면서도 중요한 분야다. 조선소는 수많은 협력업체, 외국인 근로자, 위험 공정, 비정규직 인력 구조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는 구조다.

특히 최근 몇 년간 발생한 산재 사고, 중대재해, 노동환경 이슈, 협력사 갑질 문제 등은 조선업의 사회적 책임 지표를 끌어내리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해 왔다. 이러한 구조에서 AI는 단순한 감시나 보고 시스템이 아닌, 위험 예방과 구조 개선을 가능하게 하는 예측 도구로 기능하고 있다. 예를 들어, AI 기반 안전감지 시스템은 작업자 위치, 안전장비 착용 여부, 고소 작업 시간 등을 실시간으로 분석해 사고 가능성을 사전에 경고할 수 있다. 특정 공정에서 작업자 피로도가 높아지는 시간대나, 밀폐공간 체류 시간이 길어지는 패턴이 감지되면 자동 경고와 관리자 호출이 동시에 이루어지는 구조도 구현되고 있다.

 

그리고 AI는 근로자 행동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위험 분석 모델을 생성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용접공의 작업 자세, 이동 경로, 반복 행동 등을 분석해 부상 위험도가 높은 행동 패턴을 사전에 파악하고, 해당 작업자에게 푸시 알림이나 음성 경고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시스템은 단순히 작업자를 감시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안전과 생명을 보호하는 조력자 역할을 하게 된다.

 

AI는 노동 환경 외에도, 공정 투명성과 윤리성 강화 측면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작업 시간과 공정 진행률, 설비 사용 기록 등을 자동 추적함으로써 근로시간 조작, 가짜 기록 제출, 하도급 업체의 부당 지시 등을 방지할 수 있으며, 협력업체 간의 공정한 계약 이행 여부도 디지털 로그를 기반으로 객관화할 수 있다. 이는 조선소가 추구해야 할 책임 있는 산업 생태계 구축에 AI가 실질적인 기반이 되어준다는 것을 의미한다.

 

AI는 조선소 지배구조 G 투명성과 효율성도 높인다

조선업에서 G 즉 지배구조 Governance 요소는 단순히 이사회 운영이나 재무 투명성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실제로는 공정 관리 시스템의 투명성, 공정 데이터의 위·변조 방지, 품질 기록의 이력 보존, 그리고 조직 내 정보 흐름의 신뢰도 확보까지 포함된다. 특히 협력업체가 많은 조선업 특성상, 공정 외주화에 따른 리스크 통제가 매우 중요하다. AI는 이 지배구조 개선에도 실질적으로 기여하고 있다.

우선 AI는 조선소 전 공정에서 생성되는 데이터를 자동 수집하고 기록하며, 이를 기반으로 의사결정을 돕는 시스템으로 작동한다. 예를 들어, 블록 생산부터 의장 공정까지의 데이터를 AI가 분석하고, 공정별 비용 초과 위험, 납기 지연 가능성, 품질 불량률 상승 징후 등을 실시간으로 보고한다. 이 데이터는 이사회나 경영진에게도 투명하게 공유되며, 전략 수립에 객관성을 부여한다.

 

그리고 AI는 의사결정의 근거 자료를 자동으로 기록하고 보존하는 기능을 갖고 있어, 사후 책임 소재 규명과 감사에도 신뢰도 있는 자료로 활용된다. 이는 단순한 기록 시스템이 아니라, 디지털 거버넌스 체계를 정착시키는 핵심 장치다. 특히 수주 계약, 납기 협상, 협력업체 평가 등에서 AI는 감정이 아닌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 문화를 확산시키며, 기업의 의사결정 투명성을 높이고 있다.

 

마지막으로 AI는 지속가능경영 보고서 작성 자동화에도 기여한다. 기존에는 각 부서가 수기로 제출하던 ESG 자료를 통합하는 데 시간이 많이 소요됐지만, 이제는 AI가 자동으로 환경·안전·노무·품질 데이터를 수집·정리해, ESG 인증 기관에 제출할 수 있는 형태로 제공하고 있다. 이 시스템은 특히 해외 선주와 투자자에게 조선소의 ESG 경영 수준을 수치로 입증할 수 있게 도와주며, 글로벌 수주 경쟁에서 중요한 무기가 되고 있다.

 

조선업 ESG 경영은 AI 없이는 실현이 어렵다

조선업은 이제 과거처럼 단지 배를 잘 만드는 산업으로 평가받지 않는다. 얼마나 지속 가능하게, 안전하게, 책임 있게 배를 만들 수 있는지가 평가 기준이 되고 있다. ESG는 단순히 트렌드가 아니라, 금융과 수주, 투자와 평판을 좌우하는 경영의 새로운 기본값이 되었다. 그리고 이 ESG 실현에서 AI는 단순한 도우미가 아니라, 핵심 실행 파트너로 자리 잡고 있다.

 

AI는 조선업의 복잡한 현장을 데이터 기반으로 해석하고, 위험을 예측하고, 변화를 이끌 수 있는 유일한 도구에 가깝다. 환경 측면에서는 에너지 절감, 자원 재활용, 유해물질 감시에, 사회적 측면에서는 산재 예방, 공정 계약, 노동권 보호에, 지배구조 측면에서는 데이터 신뢰성 확보, 투명한 의사결정, ESG 보고 체계 자동화에 기여할 수 있다.

물론 AI 기술만으로 ESG 경영이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기술을 어떻게 도입하고, 사람들이 얼마나 신뢰하고 협력하느냐가 중요하다. 따라서 조선업은 이제 AI를 기술이 아닌, 경영전략의 일환으로 통합적으로 수용해야 하며, 이를 위한 교육, 제도, 조직문화 개선이 반드시 병행되어야 한다.

 

ESG 시대, 조선업은 AI라는 강력한 도구를 손에 쥐고 있다. 이 기술을 수동적으로 도입하는 수준에 머물 것이냐, 아니면 적극적으로 활용해 산업의 이미지를 바꾸고, 글로벌 ESG 기준을 선도하는 업계로 도약할 것이냐는 지금 이 순간 조선업계의 선택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