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의 AI는 조선소 품질검사까지 하고 있다
조선업 AI 품질검사 기술은 한계는 없는가
AI 품질검사가 혁신적인 기술인 것은 분명하지만, 조선업이라는 복잡한 산업 구조에서는 기술의 한계와 오작동 가능성도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 우선 AI가 사용하는 데이터는 기존 사람이 수행한 검사 데이터에 기반한다.
그런데 이 데이터가 잘못되었거나 편향되었다면, AI 역시 같은 실수를 반복하거나 특정 오류를 간과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과거 용접 균열의 경계 값을 검사관마다 다르게 적용했다면, AI는 균일한 기준을 학습하지 못해 결함을 놓치는 판단 오류를 낼 가능성이 있다.
또한 조선소 현장의 환경은 습기, 먼지, 진동, 온도 변화 등 외부 변수가 매우 크다. 이로 인해 센서나 카메라 기반 AI 시스템의 안정성이 저하될 수 있으며, 데이터 수집 자체가 왜곡되기도 한다. 도장 품질 검사에서 센서가 오염되어 색상 인식을 잘못하거나, 내시경 검사 중 카메라의 초점 오류로 결함이 누락되는 등의 사례가 실제로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물리적 변수는 AI 시스템의 신뢰성과 반복성을 떨어뜨리는 요소가 된다.
또 하나의 현실적 문제는 AI에 대한 현장 작업자의 신뢰 부족이다. 현장에서는 종종 AI 시스템의 판정을 ‘기계가 너무 예민하다’, ‘현장 감각을 못 따라온다’고 평가하며, 기계보다 사람 경험을 더 신뢰하는 분위기가 아직도 강하다.
이는 결국 AI 시스템을 도입했지만, 제대로 사용되지 않고 있는 경우로 이어지기도 한다. 따라서 기술의 발전과 함께, 이를 사용하는 사람들의 마인드 전환과 신뢰 형성이 병행되어야 AI 품질검사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다.
조선업에서 AI 품질검사 성공적으로 활용한 실제 사례들
AI 품질검사가 단순한 이론이 아니라, 실제 조선소에서 현실적인 성과를 내고 있는 사례도 있다.
국내 한 대형 조선소에서는 AI 기반의 방사선 용접 검사 시스템을 도입한 뒤, 검사 속도가 30% 이상 향상되었으며, 사람이 놓치던 미세 기공 결함을 조기에 발견해 선급 검사에서 품질 점수를 상향 받은 사례가 보고되었다. 특히 이 시스템은 AI가 검사 이미지를 분석해 자동으로 리포트를 생성하고, 검사의 기준을 넘거나 미달한 부분을 색상으로 구분해 품질팀에 전달한다. 그 결과, 검사 후 수작업 보고서 작성 시간이 절반 이하로 줄어들었다.
또 다른 조선소는 도장 검사에 AI 비전 시스템을 활용하고 있다. 선체 외판의 도장 상태를 수십 개의 고해상도 카메라가 촬영하고, AI가 이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도막이 얇은 구역, 페인트가 중첩된 구역, 오염이 발견된 구역을 지도처럼 시각화해 제공한다. 이 데이터는 도장팀에게 피드백되며, 해당 영역을 즉시 재작업할 수 있게 도와준다. 이전에는 2~3명이 하루 종일 확인하던 작업을 AI가 30분 만에 전체 검토할 수 있게 되면서, 생산성 개선은 물론 품질 일관성도 크게 높아졌다.
AI 품질검사는 조선소 내 품질 부서뿐 아니라, 선급·선주 커뮤니케이션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수작업 기록 대신, AI가 생성한 정량적 검사 보고서, 시각자료, 공정별 품질 그래프는 선주나 선급 기관에 더 높은 신뢰도를 준다. 이는 결국 선박 인도 시 신뢰 확보, 고객 만족도 제고, 반복 수주 가능성으로 연결되며, 조선소의 영업 경쟁력을 높이는 데 기여한다.
앞으로의 조선업은 AI가 주도하는 품질관리로 재편된다
앞으로 조선소는 품질검사뿐 아니라, 품질관리 전반을 AI가 주도하는 방향으로 전환될 것으로 예상된다.
단순히 검사의 속도와 정확도를 높이는 수준에서 벗어나, AI가 공정 내 불량 가능성을 예측하고 사전에 개입하는 구조가 정착될 것이다. 예를 들어, AI는 용접자의 손떨림 데이터를 수집해 품질 저하를 예측하거나, 설계 도면과 시공 데이터를 비교해 설계 오류로 인한 반복 불량 가능성을 경고할 수 있다.
또한 AI 품질검사는 디지털 트윈(Digital Twin) 기술과의 결합을 통해 더욱 강력한 시스템으로 진화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 건조 중인 선박과 동일한 가상의 선박이 실시간으로 생성되고, 각 공정에서 발생하는 데이터를 AI가 디지털 트윈에 반영함으로써, 시공 전에 품질 위험을 예측하고 공정을 재조정할 수 있는 구조가 완성된다. 이는 선박 전체의 생애주기 품질관리Life Cycle Quality Management로까지 연결될 수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AI가 조선소 내 모든 공정 데이터를 수집·분석하고, 이를 기반으로 각 부서에 품질 리스크 점수를 제시하거나, 자동 개선안을 제안하는 품질관제 플랫폼이 등장할 가능성도 높다. 이 플랫폼은 단지 품질검사만이 아니라, 품질 목표, 표준 편차, 작업자별 실적 분석, 개선 우선순위 도출까지 수행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전환이 실제로 이루어진다면, 조선업의 품질관리는 지금처럼 ‘문제 생기면 수리’가 아닌, 문제 생기기 전 예방 중심, AI 중심의 체계적 구조로 재편된다. 이는 고부가가치 선박을 건조하는 데 있어 조선소의 신뢰도를 결정짓는 핵심 경쟁력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조선업 AI 품질검사의 다음 과제는 확산과 연동이다.
AI 품질검사가 조선소 핵심 공정에 자리 잡기 위해 마지막으로 필요한 요소는 확산과 연동이다.
현재는 일부 대형 조선소, 혹은 고부가 선박 건조 시 공정에 국한되어 적용되고 있으나, 앞으로는 협력업체, 해외 생산기지, 유지보수 부서 등까지 확대되어야 한다. 특히 조선소의 많은 공정이 외주화되어 있기 때문에, 협력업체 수준에서도 AI 품질검사를 도입할 수 있는 공통 플랫폼, 경량화된 장비, 클라우드 연동 기반 시스템이 필요하다.
또한 품질검사 자료는 설계·시공·검사·A/S까지 연결되는 통합 품질관리 시스템으로 연동되어야 진정한 의미를 가진다.
예를 들어, 건조 중 AI가 발견한 결함 데이터를 설계 부서와 즉시 공유하고, 향후 유사 선박 설계에 반영함으로써 반복 오류를 제거하는 피드백 구조를 갖춰야 한다.
이는 단순히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조선업 전반의 프로세스 구조 재편이라는 과제를 수반한다.
마지막으로, AI 품질검사는 국제 기준과의 정합성 확보도 필수다. 조선업은 국제선급, 선주 요구, 국가별 안전 규정 등을 모두 충족해야 하는 산업이기 때문에, AI가 생성한 검사 결과가 공식 품질 인증 수단으로 인정받기 위한 국제 협약과 기술 표준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 한국이 이 부분에서 선도적으로 움직인다면, 향후 국제 조선 시장에서 AI 품질검사의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