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 이야기

조선업의 스마트야드 전환은 협력업체에는 위기일까 기회일까

kunda79 2025. 7. 16. 14:37

조선업의 스마트야드는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다

조선업계는 지금 스마트야드라는 거대한 변화의 물결 위에 직면해 있다.

스마트야드란 AI, IoT, 자동화, 데이터 분석 등을 결합해 조선소 전반의 공정과 인력을 디지털화하는 체계를 말한다.

이는 단순히 기계를 바꾸는 수준이 아니라, 설계부터 생산, 품질, 물류, 안전까지 모든 작업 방식을 혁신하는 산업 구조 재편이다.

 

조선업 스마트야드는 꼭 필요한 요소이다.

 

이러한 변화는 대형 조선소를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한화오션 등 조선 빅 3은 이미 수천억 원 규모의 투자를 통해 디지털 전환 전용 TF팀 운영, 스마트 크레인, AI 설계 시스템, 공정 데이터 통합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다. 여기에 국내외 수주량이 증가하면서, 디지털 기술의 도입은 생산성과 경쟁력 확보를 위한 필수 조건으로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가장 큰 변화를 맞이하게 되는 주체는 원청사뿐 아니라 수백 개에 이르는 협력업체들이다. 조선업 특성상 전체 생산공정의 60~70% 이상이 협력업체를 통해 이루어지기 때문에, 스마트야드로의 전환은 하청 구조 전체를 재편할 수 있는 핵심 요인이 된다. 그렇다면 이 변화는 협력업체에 위협일까, 아니면 새로운 기회일까?

 

조선업의 스마트야드는 협력업체에 어떤 위기를 만들고 있는가

현실적으로 보았을 때, 스마트야드는 협력업체에 상당한 압박과 불확실성을 가져오고 있다. 우선 가장 직접적인 충격은 기술 격차와 자본력 부족이다. 대형 조선소는 스마트 장비와 시스템을 도입하면서 자체적으로 R&D 투자와 인재 확보가 가능하지만, 중소 협력업체는 설비 교체나 디지털 전환에 필요한 비용을 감당하기 어렵다. 예를 들어, 기존 용접 인력 위주의 구조에서 AI 로봇 기반 용접기로 전환하려면 장비 구입, 작업 환경 재편, 기술자 재교육까지 복합적인 투자가 필요하다.

두 번째 위협은 작업 방식의 일방적 변화다. 스마트야드는 대부분 실시간 데이터 기반 공정관리 시스템을 요구한다. 이 과정에서 협력업체는 원청 시스템에 맞춰 자재 입출고, 공정보고, 품질이력 관리 등까지 전산화해야 하며, 이를 수작업으로 운영하던 업체는 심각한 운영 혼란에 직면할 수 있다.

또한 인력 측면에서도 변화가 크다. 단순 인력 투입 중심이던 구조가 AI 협업, 로봇 장비 조작, 디지털 설계 도면 해독 등으로 전환되면서, 기존 인력들이 새로운 작업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단지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인적 자원 구조 자체가 스마트야드 흐름에 뒤처질 가능성을 내포한다.

마지막으로는 원청사의 평가 방식 변화가 위기 요인이 될 수 있다. 이제는 납기와 품질뿐 아니라, 스마트야드 적응도, 데이터 보고 정확성, 협업 플랫폼 활용률 등이 계약 유지의 핵심 기준이 된다. 이에 부합하지 못하는 협력업체는 공정에서 제외되거나 물량 감소를 겪을 수 있다. 이처럼 스마트야드는 기회를 잡지 못한 협력업체에게는 도태를 의미할 수 있는 냉혹한 구조가 되기도 한다.

 

그렇다면 스마트야드는 협력업체에게도 기회가 될 수 있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마트야드는 협력업체에게 분명한 기회의 창을 열어주고 있다.

첫째, 디지털 전환은 협력업체의 경쟁력을 객관화할 수 있는 수단이 된다. 과거에는 ‘누가 사람을 더 많이 넣느냐’, ‘경험이 많은 사람이 있느냐’가 경쟁력의 기준이었다면, 이제는 데이터 기반 생산성과 품질 관리 능력이 평가 기준이 된다. 스마트 시스템에서 생산 이력, 작업 이탈률, 납기 정확도 등이 기록되고 분석되기 때문에, 작지만 체계가 잡힌 협력업체가 대형 업체 못지않은 신뢰를 받을 수 있다.

 

둘째, 스마트 장비 도입은 협력업체에게 인력 의존도 감소라는 구조 혁신의 기회를 제공한다. 인건비 상승과 고령화로 인해 어려움을 겪던 업체들은 AI 용접기, 자동 절단기, 로봇 페인터 등을 도입함으로써 소수 정예 인력으로도 일정한 품질을 유지하고, 납기를 맞출 수 있는 작업 구조를 갖출 수 있다. 이는 중장기적으로 원가 절감과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확보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

 

셋째, 스마트야드 플랫폼 참여는 신규 수주 기회 확대로 연결된다. 대형 조선소는 스마트 공정에 맞춰 공정별 등록 업체를 선별하고 있으며, 이 조건을 충족한 업체에는 전략적 협력 파트너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실제로 일부 협력업체는 공정 데이터 보고 시스템, 실시간 자재 추적 시스템을 선제적으로 도입해, 우선협력사로 승격되거나 프로젝트 수주 우선권을 얻은 사례도 존재한다.

 

마지막으로는, 협력업체 내부에서도 스마트 전환을 통해 신규 직무와 조직 재편의 기회가 생긴다. 예를 들어 현장 관리자에서 스마트 생산 관리자, 데이터 보고 담당자, 스마트 장비 유지보수 전문가 등으로 역할이 바뀌고 있으며, 이는 청년 인재 채용의 기반이 되는 새로운 직무 생태계로 이어진다.

 

조선업 협력업체가 스마트야드 시대에 살아남고 성장하려면

스마트야드가 협력업체에게 위기이자 기회라는 이중적 현실 속에서, 살아남고 성장하기 위한 전략은 분명하다.

첫째, 디지털 기초 지식을 쌓는 것이다. 이는 거창한 자동화 시스템이 아니라, 작업 이력 관리, 출역 보고 자동화, 자재 흐름 파악, 도면 디지털 열람 등 최소한의 현장 자동화 및 디지털화부터 시작하면 된다.

정부와 원청사도 이를 위한 공동 플랫폼, 교육 인프라를 적극 확대해야 한다.

 

둘째, 스마트 기술에 익숙한 인력을 적극적으로 유입·육성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특히 외국인 근로자 중심이었던 기존 인력 구조를, 디지털 친화적인 청년 기술자 중심 구조로 전환하려면, 단기 수익보다 중장기 인력 전략을 먼저 짜야한다. 이를 위해 협력업체는 지역 기술학교와 연계한 산학 협력, 원청과의 연합 교육 과정 참여 등을 통해 새로운 인재 풀을 확보해야 한다.

 

셋째, 스마트 플랫폼 참여를 통해 평가 지표를 상향시켜야 한다. 대형 조선소는 앞으로도 공정별 데이터, 실시간 작업 보고, AI 장비 활용률 등을 협력사 선정 기준으로 삼을 것이다. 협력업체는 이 흐름을 읽고 미리 준비함으로써, 단순 하청을 넘어서 전략적 동반자로 인정받는 구조로 올라설 수 있다.

 

마지막으로, 스마트야드는 협력업체 간 격차를 더욱 명확히 드러낼 수 있는 계기가 된다. 이 흐름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선, 선택과 집중 전략이 필요하다. 특정 공정에서 AI나 자동화 도입이 가능한 구간부터 시범 적용하고, 성공사례를 축적하며 점진적으로 확대해 나가는 방식이 가장 현실적인 접근이 될 것이다. 조선업 협력업체가 스마트야드 흐름 속에서 생존하는 법은 단순히 버티는 것이 아니라, 변화를 선도하거나 가장 빠르게 적응하는 플레이어가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