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 이야기

블록 공법이 뭐야, 선박 제조의 퍼즐 맞추기

kunda79 2025. 7. 3. 18:56

조선업의 진화, 블록 공법이란 무엇인가

조선업에서 ‘블록 공법’은 대형 선박을 건조할 때 사용되는 대표적인 생산 방식으로, 하나의 선박을 여러 개의 큰 블록 단위로 나누어 동시에 제작한 뒤, 이를 조립해 완성하는 공법을 말합니다. 마치 레고 블록을 조립하듯 선박의 외판, 내부 구조, 엔진실, 갑판, 거주 구역 등을 각각의 큰 블록 형태로 미리 제작하여 현장에서 이어 붙이는 구조입니다. 전통적인 방식은 선박을 하나의 뼈대부터 쌓아 올리는 식으로 진행되었지만, 블록 공법은 이를 병렬적으로 처리할 수 있어 획기적인 생산성 향상을 가져왔습니다.

조선업 블록 공법이란

이 공법은 특히 대형화되고 복잡해진 현대 선박 건조에 적합합니다. 선박 한 척에는 수천 개의 부품과 수많은 배관, 전기 시스템이 들어가는데, 이를 한 번에 현장에서 다루기보다는 모듈처럼 나눈 뒤 조립하는 것이 시간과 품질 면에서 훨씬 유리합니다. 예를 들어, 조타실을 담당하는 상부 블록은 다른 지역에서 동시에 의장 작업을 진행할 수 있으며, 하부 블록에서는 선체 구조와 파이프 설치가 병행됩니다. 이는 선박 건조에 필요한 총 작업 시간을 크게 줄여주고, 작업의 병렬화로 인해 공정 관리를 더욱 정교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조선업에서 블록 공법은 197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도입되었으며, 현재는 글로벌 모든 대형 조선소의 표준이 되었습니다. 특히 한국 조선업은 이 방식을 빠르게 도입해 세계 최고 수준의 생산 효율을 달성했으며, 이는 국내 조선소가 세계 시장을 주도하게 된 핵심 요인 중 하나로 평가받습니다. 블록 공법은 단순한 작업 방식의 변화가 아니라, 조선업의 산업 구조를 바꾸는 혁신적인 시스템인 셈입니다.

 

조선업 블록 공법의 공정 과정과 작업 방식

조선업에서 블록 공법을 적용하려면 우선 선박 전체를 수십 개에서 수백 개의 블록으로 나누는 설계 작업이 필요합니다. 이 과정은 ‘블로킹(Block Planning)’이라 불리며, 구조적 안정성, 공정 순서, 물류 이동, 용접 편의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됩니다. 보통 하나의 대형 선박은 70~150개의 블록으로 나뉘며, 블록 하나는 무게 수백 톤에 이르는 경우도 많습니다.

블록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뉩니다: 선체 구조만 있는 강재 블록, 기본 배관과 전장 설비가 포함된 기본 의장 블록, 내부 마감과 각종 장비가 설치된 완전 의장 블록입니다. 작업은 먼저 ‘강재 절단(Cutting)’과 ‘가공(Bending)’ 공정으로 시작되며, 그 후 각 부재를 ‘조립(Assembly)’하여 하나의 블록으로 완성합니다. 이후 블록 내 필요한 전기 설비, 파이프, 장비 등을 설치하며, 이를 ‘의장(Outfitting)’이라 부릅니다. 조선소마다 블록을 얼마나 완성된 상태로 도크에 반입하느냐에 따라 전체 공정 효율이 결정되므로, 완성도가 매우 중요합니다.

완성된 블록은 도장(Painting) 작업을 거친 뒤 도크로 운반되어 크레인으로 들어올려 조립됩니다. 이 과정에서는 블록 간의 정밀한 맞춤이 중요하며, 미세한 오차도 큰 문제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고정밀 계측 장비와 숙련된 작업자가 필수입니다. 블록끼리 연결되는 부분은 대형 용접기로 고정하며, 고온 고압의 환경에서도 문제가 없도록 검사와 보완이 반복됩니다.

이러한 공정은 단순히 시간만 단축시키는 것이 아니라, 작업 환경을 개선하고 사고율을 낮추는 데에도 기여합니다. 블록 공법은 각 부위별로 작업 환경을 최적화할 수 있게 해 주기 때문에 고소 작업이나 밀폐 공간 작업이 감소하며, 안전사고 위험을 줄일 수 있습니다. 조선업에서 안전성과 생산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핵심 기술인 셈입니다.

 

조선업 생산성의 핵심, 블록 공법의 장단점

블록 공법의 가장 큰 장점은 공정의 병렬화입니다. 전통적인 방식은 한쪽 끝에서 시작해 한 방향으로 조립을 이어가야 했던 반면, 블록 공법은 선박의 여러 부위를 동시에 제작할 수 있어 전체 작업 기간을 크게 단축할 수 있습니다. 대형 조선소의 경우, 한 해 수십 척의 선박을 건조해야 하기 때문에 이러한 병렬 처리 능력은 조선소의 연간 생산량과 직결됩니다.

두 번째 장점은 작업 환경 개선입니다. 각 블록은 선박 전체를 다 만들기 전에 별도로 제작되므로, 상대적으로 작업 공간이 넓고 접근이 용이합니다. 덕분에 고소 작업이 줄어들고, 공기 순환이 잘 되기 때문에 밀폐공간에서 발생하는 질식 사고 등의 위험이 감소합니다. 또한, 부품 납기나 자재 수급의 유연성이 높아져 일정 관리가 용이해지고, 부서별 협업도 명확하게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블록 공법에도 단점은 존재합니다. 블록 간의 오차가 누적되면 조립 시 큰 문제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특히, 수 mm 단위의 오차라도 블록이 수십 개 누적되면 도크에서의 재작업이 불가피해지며, 이는 비용 증가와 납기 지연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블록 제작 단계에서 정밀도를 높이는 설비와 품질관리가 매우 중요합니다.

또한, 초기 설계와 계획의 중요성이 큽니다. 잘못된 블로킹이나 공정 순서는 전체 조립을 어긋나게 만들 수 있으며, 이로 인해 전체 공정이 중단되는 사례도 발생합니다. 따라서 블록 공법은 고도의 설계 역량과 체계적인 생산 시스템을 요구하며, 이에 따른 인프라와 인력 확보가 필수적입니다. 결국, 조선업에서 블록 공법은 고위험 고효율의 양날의 검인 셈입니다.

 

조선업의 미래와 블록 공법의 고도화 방향

 

조선업은 현재 ‘스마트 조선소’로의 전환을 추진하며 블록 공법 또한 고도화되고 있습니다. 기존의 수작업 위주 블록 제작에서 벗어나, 자동화 설비, 로봇 용접, AI 기반 품질 관리가 점차 확대되고 있습니다. 블록 제작에 들어가는 자재의 재단, 절단, 가공부터, 조립과 의장 작업에 이르기까지 자동화 라인이 구축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사람 손이 닿는 공정 수를 줄여 생산성과 정밀도를 동시에 높이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현대중공업은 ‘스마트 블록 공장’을 통해 IoT 기반의 블록 위치 추적, 자재 흐름 관리, 자동 품질 검사 시스템을 운용하고 있습니다. 이 시스템은 블록 하나하나에 센서를 부착하여 현재 위치, 가공 상태, 공정 진행률 등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으며, 문제가 생겼을 때는 자동으로 관리자에게 알림을 전송합니다. 이러한 디지털화는 조선업의 복잡한 생산 시스템을 보다 체계적으로 제어할 수 있게 해줍니다.

또한, 블록 공법은 모듈러 건조라는 형태로 확장되고 있습니다. 이는 각 블록을 넘어서, 기능 단위의 ‘모듈’을 완전히 제작한 후 선박에 통째로 탑재하는 방식입니다. 예를 들어 엔진실 모듈, 조타실 모듈, 선원 거주 구역 등이 완전히 조립된 상태로 블록과 통합됩니다. 이 방식은 품질의 균일성을 확보하고, 정비성과 업그레이드 가능성을 높이는 효과가 있습니다. 미래형 군함이나 특수 선박에서는 이미 이 방식이 활발히 사용되고 있으며, 일반 상선 분야로도 확대되는 추세입니다.

결국 블록 공법은 단순한 생산 기술이 아닌, 조선업의 운영 철학과도 같은 존재가 되었습니다. 기술 발전과 함께 블록 공법은 더욱 정밀해지고, 더욱 효율적이며, 더욱 안전한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조선업의 미래는 이 블록 하나하나를 얼마나 잘 설계하고, 얼마나 정교하게 이어 붙일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