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 이야기

조선업과 AI가 만나야 하는 이유

kunda79 2025. 7. 13. 23:54

조선업은 전통 산업인가, 첨단 산업인가

조선업은 오랜 시간 ‘전통 제조업’으로 분류되어 왔다. 거대한 철판을 용접하고 블록을 조립하며, 바다 위에 거대한 선박을 띄우는 이 산업은 수많은 인력과 장비가 현장에 투입되어야 가능한 복합 작업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조선업은 단순한 중후장대 산업이 아니라, 첨단 기술이 접목된 초정밀 산업으로 진화하고 있다. 그리고 그 핵심에는 AI, 즉 인공지능 기술의 도입이 자리하고 있다.

조선업은 어떤 산업에 포함되나.

인공지능이 조선소에 도입된다는 말은 과거에는 상상하기 어려웠다. 사람의 경험과 손끝 기술이 모든 공정을 지배하던 현장에서, 이제는 AI가 공정 계획을 세우고, 안전을 감시하며, 생산 효율을 계산하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단지 기술적인 진보가 아니라, 조선업 생존과 직결된 변화다.

왜냐하면 현재 조선업은 여러 위기에 직면해 있기 때문이다. 숙련 인력의 급속한 고령화, 현장 인력 부족, 납기 단축 요구, 생산 비용 상승, 그리고 글로벌 친환경 규제 강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방법으로 AI 기술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 전략이 되었다.

이 글에서는 조선업이 왜 AI를 도입해야 하는지, 그리고 그 AI가 실제 현장에서는 어떻게 쓰이고 있으며, 어떤 방향으로 발전해야 하는지를 '스마트야드'라는 개념을 중심으로 구체적으로 살펴본다.

 

조선업은 왜 AI와 손을 잡아야 하는가

조선업의 AI 도입은 단순한 트렌드가 아니다. 이는 명확한 필요에 의한 변화다. 우선 현장의 가장 큰 문제는 경험 많은 인력의 감소다. 조선업은 오랜 시간 ‘기술자는 키우는 데 10년 이상이 걸린다’는 말이 통하던 산업이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여유가 없다. 숙련 기술자는 퇴직하고 있고, 젊은 세대는 조선소에 오지 않는다. 이 공백을 메우기 위해선 사람의 판단을 보조할 수 있는 AI의 도입이 절실하다.

두 번째 이유는 공정의 복잡성이다. 선박 한 척에는 수백만 개의 부품이 들어가며, 공정 수는 수천 단계에 이른다. 각 작업은 서로 연결되어 있고, 하나의 공정이 지연되면 전체 프로젝트가 흔들린다. 이처럼 복잡한 스케줄과 자재, 인력 배치를 AI가 분석하고 예측한다면, 지연을 줄이고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

세 번째는 안전 문제다. 조선소는 고소작업, 밀폐공간, 용접, 중장비 이동 등이 동시에 일어나는 고위험 작업장이며, 인명 사고가 끊이지 않는다. 이러한 환경에서 AI는 작업자 위치 추적, 위험 행동 탐지, 이상 징후 감지 등 사람보다 빠르고 정확하게 안전을 감시할 수 있다.

네 번째는 데이터 기반의 의사결정이다. 지금까지 조선소는 많은 데이터를 수집하고도 이를 체계적으로 활용하지 못했다. 하지만 AI는 생산·품질·안전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예방 정비, 공정 최적화, 품질 예측 등 다양한 의사결정을 지원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AI는 글로벌 ESG 흐름에 부합하는 기술이다. 친환경 조선소, 에너지 효율 개선, 탄소 배출 관리 등에도 AI는 중요한 도구가 된다. AI는 단지 작업을 자동화하는 도구가 아니라, 조선업을 지속 가능하게 만드는 핵심 엔진으로 작동한다.

 

스마트야드, 조선업과 AI의 실질적인 연결 고리

‘스마트야드(Smart Yard)’란 AI, IoT, 빅데이터, 자동화 기술이 융합된 미래형 조선소를 뜻한다. 지금까지 조선소는 수작업 기반의 공정이 많았고, 작업 상황을 사람이 직접 확인하고 보고하는 시스템이었다. 하지만 스마트야드는 이 모든 과정을 디지털화하고 실시간으로 연결하는 구조다.

대표적인 스마트야드 기술은 다음과 같다.

 

AI 기반 생산계획 최적화 시스템: 수천 개 공정 중 병목을 예측하고 자동으로 공정 순서를 조정

작업자 위치 추적 시스템: BLE, RFID, GPS 기반으로 실시간 작업자 동선 확인 및 위험지역 접근 경고

AI 영상 인식 기술: CCTV를 통해 안전모 미착용, 추락 위험 행동, 불꽃 발생 등을 실시간 감지

스마트 크레인 제어 시스템: 중량물 이동을 AI가 제어하고 충돌 방지 자동 제동 기능 탑재

디지털 트윈(Digital Twin): 선박을 가상 공간에서 시뮬레이션하여 실제 공정과 동기화

AI 기반 자재 재고 자동 관리: 재고 부족을 예측하고 자동 발주 및 위치 추적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한화오션 등 국내 조선 빅3는 이미 스마트야드 기술에 수천억 원을 투자 중이며, 일부 조선소에서는 AI 도입으로 블록 조립 시간 단축, 인력 배치 효율 개선, 품질 불량률 감소 등의 효과를 보고 있다.

즉, AI와 스마트야드는 조선업에 단지 도입할 ‘신기술’이 아니라, 현장에 맞춘 전략적 대응 기술이며, 글로벌 경쟁력을 위한 필수 인프라가 되고 있다.

 

조선업은 AI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는가?

AI 기술은 이미 조선업에 들어왔다. 그러나 더 중요한 질문은 조선소와 근로자, 관리자, 경영진이 이 변화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활용하느냐이다. 기술이 아무리 뛰어나도, 현장에 안착하지 못하면 무용지물이 된다.

첫 번째 과제는 디지털 격차 해소다. 조선업은 근로자의 연령대가 높고, 디지털 기술에 익숙하지 않은 인력이 많다. AI 시스템이 도입되었어도, 사용법을 몰라 외면하거나 기존 방식대로만 일하는 사례도 많다. 따라서 조선소는 기술 도입뿐 아니라 사람 중심의 AI 교육, 현장 적응 프로그램을 병행해야 한다.

두 번째는 AI 기술과 기존 업무의 융합이다. AI는 사람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보조하고 강화하는 도구다. 경험 많은 기술자가 AI 분석 결과를 함께 판단하고, AI의 제안을 업무에 반영할 수 있는 하이브리드 협업 구조가 필요하다.

세 번째는 AI가 판단하는 정보를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 기반을 확보하는 일이다. 조선소는 다양한 센서, 장비, 시스템에서 나오는 데이터를 연동하고, 정제하며, 실시간으로 처리할 수 있는 인프라를 갖춰야 한다. 그래야만 AI가 ‘정확한 판단’을 할 수 있다.

AI는 미래가 아니라 현재다. 그리고 조선업은 더 이상 기계적 생산만으로 경쟁력을 유지할 수 없다. 세계는 ‘스마트 조선소’를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으며, 이 흐름을 늦게 따라가면 결국 시장에서 뒤처지게 된다. 지금이야말로 조선업이 AI와 진짜로 손을 잡아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