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 이야기

조선업의 선박 도장(페인트)은 왜 중요할까

kunda79 2025. 7. 6. 02:47

조선업에서 선박 도장이란 무엇인가

조선업에서 선박 도장(페인트)은 단순히 배의 외관을 꾸미는 작업이 아닙니다.

오히려 선박 도장은 선체를 보호하고, 수명을 연장하며, 운항 효율을 높이는 핵심 공정 중 하나로 간주됩니다.

조선업의 선박 도장은 왜 중요한가.

많은 사람들은 선박 도장이 단순한 마감 작업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실상은 선박 건조 공정 중에서도 고도의 기술력과 정밀한 품질 관리가 요구되는 핵심 단계라고 할수 있다

선박은 바다라는 극한의 환경에서 장기간 운항하게 됩니다. 염분이 높은 해수, 거센 파도, 태양의 자외선, 해양 생물 부착, 기온 차이 등의 요인은 선박의 철판에 심각한 손상을 줄 수 있습니다.

특히 선체의 부식은 배의 안전성과 성능을 떨어뜨리는 주요 원인 중 하나입니다. 이런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선박에는 고성능 도료가 층층이 발라지며, 이는 물리적·화학적 보호막 역할을 수행합니다.

선박 도장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뉩니다. 첫째는 방청 도장(Anti-corrosion coating)으로, 금속 표면이 해수나 공기와 반응하여 녹스는 것을 방지합니다. 둘째는 방오 도장(Anti-fouling coating)으로, 따개비나 해조류 같은 생물이 선체에 부착하는 것을 막아줍니다. 이 두 기능은 단순히 선체를 깨끗하게 유지하는 데 그치지 않고, 선박의 연비, 속도, 내구성 등 운항 효율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따라서 조선업에서 선박 도장은 단순한 칠하기가 아닌, 선박의 성능과 안전성을 좌우하는 기술적 기반이며, 조선소마다 도장 품질을 핵심 경쟁력으로 관리하고 있습니다.

 

조선업 선박 도장의 실제 공정과 과정

조선소에서의 도장 작업은 치밀하게 설계된 공정을 따릅니다. 가장 먼저 이루어지는 단계는 표면처리(Surface Preparation)입니다. 도료의 밀착력을 극대화하고 녹을 방지하기 위해 철판 표면에 묻은 녹, 기름, 이물질을 제거하는 이 작업은 매우 중요하며, 일반적으로 샌드 블라스트(Sand Blasting) 혹은 숏 블라스트(Shot Blasting)라는 고압 분사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이후에는 하도(프라이머), 중도(인터미디엇), 상도(탑코트)의 순서로 도장이 진행됩니다. 각각의 도막은 기능과 목적이 달라, 하도는 접착력을 높이고 부식을 방지하며, 중도는 내구성과 도막 두께를 확보하는 역할을 합니다. 상도는 외관뿐 아니라 자외선 차단, 내수성 확보 등을 위해 사용됩니다. 각 도장은 도막 두께가 일정하게 유지되어야 하며, 도포 후에는 정해진 시간 동안 충분히 건조되어야 합니다.

작업은 대부분 에어리스 스프레이(Airless Spray) 방식으로 진행되며, 좁은 공간이나 특수 구조물은 롤러 또는 붓으로 수작업 도장을 병행합니다. 특히 선박의 내부 탱크나 배관 같은 밀폐 공간에서는 산소 공급 장치를 착용한 채 수 시간 이상 정밀 작업이 이뤄지며, 이는 도장공의 체력과 집중력을 요구하는 고난도 작업입니다.

도장이 완료된 후에는 도막의 두께, 균일성, 기포나 핀홀 여부 등을 검사합니다. 불량이 발견될 경우 해당 부위를 갈아낸 후 재도장을 실시해야 하며, 이는 작업 공정 전체 일정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조선업에서 도장은 단지 ‘칠하는’ 작업이 아닌, 계획-시공-검사까지 철저히 관리되는 전문 공정임을 보여주는 대표 사례입니다.

 

조선업에서 도장이 중요한 세 가지 이유

첫째, 도장은 선박의 내구성과 수명을 결정짓는 요소입니다. 금속으로 이루어진 선박은 해수와 접촉하면 빠르게 녹슬고 약해집니다. 하지만 도장 공정을 거친 선체는 부식의 영향을 현저히 줄일 수 있으며, 이는 선박이 수십 년간 안전하게 운항할 수 있는 기반이 됩니다. 도장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선박은 정기적으로 수리와 보강이 필요하며, 이는 장기적인 유지비용 상승으로 이어집니다.

둘째, 도장은 운항 효율성과 경제성에 직접적으로 연결됩니다. 선체 표면에 따개비나 해조류가 붙으면 항력(저항)이 증가하여 연료 소비가 많아지고, 속도가 느려지며, 엔진 부하가 커집니다. 반면, 방오 도장이 제대로 되어 있는 선박은 수면 마찰 저항이 줄어들어 연비가 개선되고, 선박 운항의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습니다. 이는 선사에게 있어 장기적인 운영비 절감 효과를 의미합니다.

셋째, 도장은 국제 환경 규제 준수를 위한 필수 조건이기도 합니다. IMO(국제해사기구)와 각국의 해양환경 관련 법령은 선박 도장에 사용되는 소재와 성분에 대한 기준을 점점 강화하고 있습니다. 유기주석(TBT) 기반 도료는 해양 생태계를 파괴한다는 이유로 금지되었으며, 현재는 수용성 도료, 저독성 방오제, 친환경 나노코팅 기술 등 새로운 방식들이 개발되어 사용되고 있습니다. 조선업은 이러한 흐름에 맞춰 친환경 도장 기술을 적극 도입하며, 글로벌 시장에서 지속가능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조선업 도장공의 역할과 미래 기술의 변화

도장공은 조선업 현장에서 매우 중요한 직무 중 하나입니다. 이들은 단순히 페인트를 뿌리는 수준이 아니라, 철저한 표면 점검, 도막 설계 이해, 작업 환경 분석 등 고도의 기술과 숙련도를 요구받습니다. 특히 선박마다 도장 조건이 다르기 때문에, 도장공은 도료의 특성, 건조 시간, 온도·습도 조절법, 장비 세팅법을 종합적으로 판단하여 작업을 수행해야 합니다.

도장공은 각 공정마다 도막 두께를 측정하고, 이상 여부를 육안 또는 기계로 점검합니다. 특히 LNG선, 유조선 등 특수 목적 선박의 도장은 내열, 내압, 내화학 성능을 요구하기 때문에, 도장공의 숙련도가 곧 선박 품질의 완성도를 결정짓는 요소가 됩니다. 또한, 도장공은 작업 중 발생할 수 있는 유증기, 분진, 고열 등 위험 요소에 노출되므로, 항상 안전장비를 착용하고 규정된 작업 매뉴얼을 따라야 합니다.

한편, 조선업 도장 기술은 최근 빠르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AI 기반 품질 검사 시스템, 자율 도장 로봇, 드론을 활용한 외관 검사, 고분자 나노코팅 도료 등은 도장 작업의 정밀도와 효율성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습니다. 특히 외판 도장은 자동화 기계가, 복잡한 내부나 곡면은 인간이 담당하는 하이브리드 도장 체계가 조선소 전반에 확산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도장공이 단순한 기능공이 아닌, 첨단 기술을 다루는 전문직으로 자리잡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향후 조선업의 미래는 이러한 숙련 인력과 기술적 진보가 얼마나 잘 결합되는지에 달려 있으며, 도장은 그 중심에 있습니다.

 

조선업 도장의 비용과 경제성

조선업에서 도장 공정은 막대한 비용이 소요되지만, 이는 단순한 지출이 아니라 선박 운영 전반의 경제성을 좌우하는 투자로 간주됩니다. 실제로 선박 한 척당 도장 비용은 전체 건조비용의 약 7~10%에 달하며, 수억 원에서 수십억 원까지도 책정됩니다. 하지만 이 도장 공정을 통해 선체 부식이 억제되고 유지보수 주기가 길어지며, 결과적으로 운영 기간 동안 수백억 원의 절감 효과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도장이 부실하면, 부식이 빠르게 진행되어 선체 보강, 도장 재작업, 클레임 등으로 연결되며, 심한 경우 선박의 안정성 문제로 선급 승인이 철회되기도 합니다. 반대로 도장이 우수한 선박은 보험료가 낮고, 선주사와의 계약에서도 높은 신뢰를 확보하게 됩니다. 이는 곧 조선소의 브랜드 가치와 기술 경쟁력 향상으로 이어지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특히 고부가가치 선박에서는 기능성 도장 기술의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극지방을 항해하는 쇄빙선, LNG 운반선의 초저온 탱크, 군함의 레이더 반사 감소용 도장 등은 모두 특수 목적 도료와 고급 기술 인력을 필요로 하며, 이는 조선업 전체의 고도화 방향과도 맞닿아 있습니다.